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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터넷에 쓰신 선생님의 글을 보고, 지금 상황이 너무 절박해서 앞이 보이지 않아 몇 글자 조언을 얻고자 이리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전 올해 25살의 여자이고, 올해 2월 졸업한 상황입니다. 전 대학교 1학년 때 부터 공무원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00대 영문과를 나왔는데, 솔직히 대학교 학벌도 좋지 않아 취직도 못하겠고,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부모님께서도 수능을 망쳐서 대학을 갔으니 기왕에 이렇게 된 거 공무원 공부를 해서 대학 졸업 전에 취직해서 일찍 안정된 직장에 자리를 잡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뭐 딱히 부모님 말씀에 반기를 들 생각은 없어서 알았다 하고는 19살 겨울 방학 때 노량진에 공무원 공부를 하러 갔습니다. 그리고 행정법을 들으면서 ',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께 '행정법이 좀 어려운데, 걍 안하면 안 될까?' 라고 이야기 했다가 몇 번 돌리면 익숙해진다는 말씀을 듣고는 별 반항 없이 대학교 1학년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흔히 공무원 공부 하면 그 공부 하느라 대학교 학점을 아름답게 말아먹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부모님께서 입학금만 대주시고는 나머지는 니가 대출을 받던 알아서 해라는 말을 듣고는 장학금을 받지 않고는 학교를 다닐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학과 공부도 거의 탑 3안에 들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과외도 두 명씩 뛰면서 제 용돈은 제가 마련해서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공무원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2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1년 휴학을 하고 또 노량진을 다녔습니다. 5개월 정도 단과반을 듣고, 3개월 정도 노량진 독서실에서 공무원 공부를 하면서 처음으로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저랑 맞지 않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과 공부를 할 때는 한 번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를 하였는데, 공무원 공부를 할 때는 50분만 공부를 하면 뭔가 미치겠어서, 막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고 싶었고, 공부를 하면서도 '이상하다, 왜 학과 공부는 잘되는데 공무원 공부는 미치겠는 걸까?' 라고 이상하게 여기고 부모님과 당시 전 남친에게 이야기 했지만, '니가 철이 안 들어서 그래. 배가 불렀구나. 입 다물고 공부만 해.' 라는 핀잔만 듣고는 진짜 제 자신이 이상한 줄 알고 그런 충고를 수긍해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복학하기 전에 학비나 마련하자는 생각에서 과외 4개를 4개월 동안 뛰면서 600가까이 모아놓았습니다.

 

복학을 하고 난 후에는 영문과의 꽃이자 죽음의 학년인 2학년과 3학년이 저에게 다가왔고, 저는 위에 써 놓았던 고민을 곱씹을 시간도 없이 복학해서 정신없이 2학년과 3학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3학년 2학기 때,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중국드라마인 '보보경심'을 알게 되었고, 전 중간고사가 끝나고 컴퓨터를 켜놓고 이틀 동안 4시간만 잠자고 '보보경심' 이라는 드라마에 대해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학년 2학기에 올 전공+연애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짬짬이 시간을 내서 보보경심을 다섯 번을 반복해서 보았고, 나중에는 짤막한 대사는 외워버리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전 그 때 중국어 1도 몰랐습니다...)

 

그리고는 ' , 중국에 저런 재미있는 드라마도 있구나!' 하면서 취업 시즌 4학년 때, ... 그렇습니다, 중국에 미쳐버리고 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꼬이려고 작정을 한 것인지, 4학년 1학기 때 어머니께서 편찮으셔서 3개월 동안 요양을 가셔야 했고, 저는 거의 작년 상반기를 집안일을 도맡아서 해야 했습니다.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면서 집안일까지 도맡아서 하고, 4학년 1학기를 하려니깐, 정말 죽을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가 과외 애도 고3이라 저는 이중 삼중으로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그래서 공무원 공부는 거의 할 수 가 없었습니다. 너무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힘든 와중에서도 이상하게 중국 드라마는 손에 놓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물론 환경이 힘들어서 자주는 못 봤지만, 너무 힘들 때 가끔 보는 정도는 하면서 중국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상황이 좀 나아져서 9월부터 제가 차츰차츰 집안일에 손을 뗄 수 있게 되었고, 부모님께서는 이제 4학년 2학기니, 내년에 무슨 일이 있어도 공무원에 붙으라고 하셨고, 저 역시 그 말에 동의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22살 때 노량진에서 느꼈던 회의감을 또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공무원 공부만 하면 막 의자에서 일어나고 싶고, 하기 싫었습니다. 저는 그 때도 '내가 철이 덜 들어서 그래, 조금만 더 하자' 라고 마음을 먹고 하려고 했지만, 정말 나중에는 책조차 펴기 싫을 정도로 그런 상태가 되었습니다.

 

공부는 하기 싫었어도, 부모님께서 항상 공무원이 된다는 전제하에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저는 이런 제 상황에 너무 당황하기 시작하였고, 처음으로 '이 공부를 그만 두고 다른 길을 나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공무원 준비를 한답시고 저에게는 스펙이 고작 토익 770 밖에 없었습니다. 이 스펙 가지고 취업은 어림 짝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4학년 2학기 때, 학교 취업 컨설턴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취직 시켜 줄 테니, 중소기업이 취직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전 이런 저에게 혼란스러운 상태라 좋다고 했고, 마침 업무가 제가 관심이 있던 국제회의 쪽이었기에 흔쾌히 허락하고 나름 면접 준비를 하고는 갔는데, 허허, 그 회사 과장이라는 분이 제 얼굴 보자마자 '우리 회사는 주말도 없고 야근은 기본이다. 감당할 수 있겠냐' 라고 다짜고짜 핵직구를 날리시는 통에 완전 충격을 받고 그 뒤로 안 그래도 두려움이 있었는데 기업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도 기업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상승하시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죠.)

 

정말, 4학년 겨울방학부터 올해 봄까지는 멘붕이었습니다. 책도 펴기 싫어 미치겠고, 그런데 기업을 가려니 저런 이상한 회사밖에 없을까봐 무섭고, 어떡하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 저는 그렇습니다. 중국드라마로 현실 도피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진짜 현실도피였습니다. 중국 드라마를 볼 때면 아무 생각이 안 나니깐, 그래서 드라마를 영어 자막을 깔고 (한국자막은 중드에 거의 없어서요...)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반 정도 지났을까, 점점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간섭 없이, 오로지 제 의지로 말입니다.

 

일단, 뭔가 '하고 싶다' 는 생각이 가지기 시작하자, 부모님께서 주입시켰던 '인생은 안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는 공식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왜 안정적으로만 살아야 하지?' ' 난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 '맞아, 난 토익공부도 하고 싶어' ' 난 영어회화도 좀 더 잘하고 싶어.'

 

이런 생각이 두서없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점점 '안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걸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중국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을 넓혀서 조사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는 영어회화를 늘리고 중국어를 HSK 5급을 따서 중국이나 영어로 무역하는 회사에 (기업은 중소기업도 괜찮습니다) 입사해서 거기서 경력 2년이나 3년을 쌓아서 (+베트남어도 배워서) 중국으로 주재원을 나가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길이 아닐 테니 애초에 부모님께 지원받을 생각은 1원도 없어서 저는 학원 알바를 구하기 시작했고, 시급 10000원에 월 50정도 받는 학원 알바를 구했고, 알바를 뛰면서 중국어를 배우러 강남까지 다니면서 하루에 5시간 이상 자지를 못하면서 성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어를 배우다 보니 언어에 대해서도 매력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어려운 언어라서 미치겠다고 하지만, 누구보다 간절하게 배우고 싶었던지라, 하루에 4시간씩, 주말에는 7시간씩 목이 쉬어가게 연습하면서 점점 더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세로 HSK4급을 따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HSK4급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찌하다 보니 부모님께서 제가 공무원 공부를 안 하고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당장 학원알바 때려 치라고, 그 학원장에게 내가 전화 걸어서 학원을 뒤집어엎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시면서 저보고 의지가 부족하다고, 대학교 때 그렇게 공부했으면 붙어야지 지금껏 뭐하고 있는 거냐고 그러셨습니다.

 

그러면서 니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고 싶으면 내 집에서 나가라고 하시면서 선택권을 두 가지를 주셨는데

 

1. 중국어를 공부하려면 내 집에서 나가서 살아라.

 

2. 공무원 공부하면 내 집에서 살 수 있다. , 도서관도 못가고 핸드폰도 압수다. 내 눈 앞에서 방문 열고 공부해라.

 

... 라는 두 가지 보기만 주셨습니다. 저는 엄마를 설득해보려고 위에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부모님께서는 듣지도 않으셨습니다. 오로지 공무원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자신을 위해서 살아주면 안되냐고 저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하시면서 심하게 반대를 하셨고, 저는 부모님께 그럼 토익 9003개월 안에 받아서 중소 무역회사로 올 가을 전에 취업하겠다. (실제로 제 친구들 중에도 조그마한 기업가는 아이들의 스펙은 그닥 높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친구들 역시 대기업, 중견기업 갈 것 아니면 토익하고 컴퓨터 자격증 정도 있으면 취업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라는 약속까지 했지만, 부모님께서는 공무원이 아니면 이 집에서 살 수 없다고 하시면서 나가라고 하셔서,,,할 수 없이 나왔습니다. 방법이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완전 멘붕인 상태입니다.

 

제 원래 계획은 10월까지 HSK 5급을 따고, 11월에서 12월은 논문 준비 (제가 졸유라서요...)를 끝내고, 다음해 1-4월은 토익, 토스, 무역영어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지금 집을 나와서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솔직히 집에 다시 들어간다 해도, 제가 공무원 공부를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 이상은 집에서 있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정말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선생님,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중에 대학 때 모아놓은 돈 500밖에 없습니다.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안정을 팔아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게, 저에게는 허락될 수 없는 욕심인 걸까요?

 

답변 부탁드립니다....

 

답변:

아이쿠, 뭘 그리 걱정하십니까. 잘 되셨습니다. 하고 싶은 중국어 공부 열심히 하세요. 부모님 밑에서 영원히 사실 겁니까? 이제 하고 싶은 공부 열심히 하고, 열심히 돈 모으며, 하고 싶은 일 하시면서 사시면 됩니다.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도와주지 않아도 충분히 독립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독립할 건데 잘 된 거죠. 일단 그렇게 위안하세요.

 

심정적으로야 부모님도 서운해하실텐데요. 본인도 미안한 마음 가득 있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정리됩니다. 지금 괜스레 집에 들어가 부모님 이야기 들으며 억지로 공무원 공부해봐야 부모님이나 문의주신 분이나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공무원에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행복해지기 어려울 겁니다.

 

부디 정신 바짝 차리고 이제 나는 해방이다!’ 생각하고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싶은 경험 실컷 하세요! 집을 나올 정도로 내 인생을 위해 살아가는 만큼 누구보다 더 독하게 공부하고, 경험하고, 성장해나갈 각오로 치열하게 살아야 합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뭐 그리 두려우신가요? 돈 때문인가요? 식사 때문인가요? 잠자리 때문인가요? 아니면 가족애 때문인가요? 아니면 반항이라는 이미지 때문인가요.

 

편협한 사고와 왜곡된 편견으로 공무원 공부를 강요하신 분들입니다. 쉬이 변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분들도 결국은 자식의 편을 들게 마련입니다. 가족이니까요. 그러나 지금 당장 백기를 들고 들어가면 영원히 문제는 풀리지 않고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의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고리를 과감하게 끊고 새롭게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식도 개혁해야겠습니다. 언급해주신 입사면접 경험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회사는 주말도 없고 야근은 기본이다. 감당할 수 있겠냐'고 핵직구를 날린 그 채용담당자도 문제가 있겠지요. 하지만 처음으로 일을 시작하는 신입인 만큼 그 정도 감당할 각오는 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직장생활 초기에 힘들게 일해야 나중에 오히려 더 편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러 그런 회사를 다니라는 말은 아니지만 꿈을 향해서 달려가다 보면 그런 생활은 피치 못하게 거쳐 가야 할 단계라는 겁니다.

 

일을 시작해보지도 않고 지레짐작 포기해버린다면 더 좋은 기회들을 놓칠 수 있습니다. 기업에 대해 조금 더 긍정적 인식을 가지고 직업생활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은 드라마처럼 환상만 펼쳐지지 않습니다. 드라마는 어려운 순간조차 쉽게 극복하는 것처럼 나오긴 하지만 현실의 역경은 방송시간 정도로 짧은 시간으로 변화하기에는 현실과 다소 동떨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준비하고 힘든 고통의 시간과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고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어떤 것도 겁내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 이상의 삶을 살아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잘 해오셨습니다. 그 어려운 과정에서도 성적을 유지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양한 준비해온 것을 보면 잘해온 겁니다. 그러니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분명 잘해나갈 겁니다.

 

물론 당장 집에 들어가실 수도 있습니다. 그게 서로에게 상처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다만 그때는 부모님 하라는 대로 무작정 따른다거나 하기보다는 부모님을 제대로 설득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결연한 의지와 열정을 보여줘야만 합니다. 중요한 건 스스로의 자세와 태도라는 사실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앞으로 몇 년 후에 좋은 소식으로 다시 전해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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